사생활 엿보기/일기

면접에 대해

리코_ 2021. 6. 5. 00:00

요즘 기억을 더듬어가며, 최근 면접들을 후기로 남기고자 정리하고 있는데, 막상 지나고 나면 아쉬움이 남기도 하고 때로 다시금 기분이 상하기도 한다. 

 

업무상 나 또한 면접관이 되어서 다양한 형태의 면접을 진행해보았는데, 그때마다 내가 면접관으로써 최선을 다한 부분은 바로 후보자 경험이다. 얼핏보면 내가 면접관으로써 후보자를 평가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후보자가 나 라는 면접관을 통해 회사를 평가하는 자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면접관이 갑이고, 후보자가 을 이라고 생각하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은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는 내게 선택권이 있어 보이지만 그 이후에는 후보자에게 선택권이 있고, 나쁜 기억을 가지고 이 면접을 통해 비추천 고객을 만들게 된 것이 된다. 

 

사실 나는 내 첫 직장에 입사할 생각이 없었다. 무슨 일인지 잘 모른채 그냥 회사가 잘 알려진 유명한 회사이고 설명회에 참여하게 되어서 어찌저찌 하다보니 면접까지 가게 되어, 합격을 통보 받았다. 물론 회사는 누가 들어도 아는 회사였지만, 내가 단 한번도 고려하지 않았던 직무였다. 그런데 내가 입사를 결심하는데에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은 면접이었다. 면접에서의 경험은 그 어느 면접보다 내가 스스로를 과대 포장하지 않고 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입사를 고민하면서 곰곰히 생각을 해 보니, 이 회사에 입사를 하면 내가 정말 나로써 다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입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물론 입사 이후에 내 회사 생활이 예상한 대로 정말 나를 포장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한번도 온 적이 없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면접에서의 긍정적인 에너지, 그리고 그런 기분이 어쩌면 나의 첫 회사 생활에 큰 원동력과 가치관을 심어주는데에 소소한 영양분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후에도 감사했던 첫 직장에서 조금 다른 일을 해보고자 이직을 준비하면서, 면접을 여러차례 보았는데, 결과는 불합격이거나 보류로 나올지여도 대화가 오간다 라는 느낌을 받은 경우에는 회사에 대한 이미지 또한 굉장히 긍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실제로 이후에 이런 회사들의 담당자들과는 종종 대화를 다시 하기도 하고 면접관-후보자의 형태를 넘은 관계를 형성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합격이나, 긍정적인 결과(?)를 받아도 면접에 대한 경험이 좋지 않았더라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더라. 특히나 이 경우에는 실제로 내가 들어갔을 때 과연 괜찮을까 라는 고민을 하게 되니까 말이다. 

 

부디 많은 면접관들이, 그리고 헤드헌터들이 기본적으로 후보자를 대할 때 스스로가 갑이라 생각 말고, 대화를 이끌어가는 주체로 생각하고 후보자에게 회사에 대해서 올바른 이미지를 가지고, 커넥션을 갖을 수 있게끔 하였으면 좋겠다. 

 

나 또한, 사람을 뽑거나, 면담을 할 때에 늘 이 부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