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엿보기/일기

다양한 면접을 보면서 느낀점

리코_ 2021. 4. 20. 10:00

학부 졸업 후 생각보다 쉽게 첫 직장에 들어갔다. 크게 취업만을 위해서 준비한거 없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만 달랑 들고 취업 준비를 했으니, 얼마나 naive 했던지.. 

 

첫 직장에서 처음 이직을 결심하고 준비하면서, 그리고 지금 다니고 있는 세번째 직장까지... 정말 첫 취업 준비 할 때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더 많은 면접을 보았다. 

 

나는 운 좋게 첫 직장에서 직업에 대한 가치관에 대해서 올바르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았다. 첫 사회생활이기도 하였고, 워낙 회사가 추구하는 바가 나와 잘 맞았기에 별 어려움 없이 회사에서 전달하는 내용을 흡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직을 준비하고, 면접을 보면서 느낀건, 모든 회사가 관대하지도, 그리고 개인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특히나, 내가 선망하던 럭셔리 리테일, 혹은 코스메틱의 경우 한국은 상당히 저평가 되어 있고, 임금 또한 수준이 매우 낮다는걸 알게 되었다. 내 절대적 나이에 비해,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한 탓에 경력이 많고, 연봉도 어느정도 되는 편이다 보니까 면접 때 무례하다 생각되는 질문도 많이 받았고, 막상 협상을 진행하려고 하면 이런저런 이유를 핑계로 (주로 나이가..하면서 시작함) 연봉을 낮추려고 한다. 

 

근데 이게 면접을 보면 볼수록 반복이 되니까 어느 순간 내가 "아, 내가 회사를 옮기려면 연봉을 낮추고 이렇게 맞춰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이건 비단 연봉 뿐 만이 아니라 계속 반복되는 불합리 속에서 합리화를 하게 되는 건 사람의 심리가 아닐까 싶다.

 

막상 연봉을 (많이) 낮춰서 옮기려니 (모 럭셔리 브랜드 인사 담당자는 나에게 연봉을 훨씬 더 낮추지 않으면 앞으로 국내에서는 기회가 없을꺼라고까지 말하더라...) 쉽지 않아 계속 기다렸다. 

 

기다리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생각보다 서류 통과는 잘 되어 면접까지는 가는데 면접도 한 절반의 성공률을 갖고 오퍼까지 가지만 연봉협상에서 결렬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내가 연봉에 대한 욕심만 버리면 되나 싶었는데, 그건 아닌거 같다는 인생 멘토들의 조언에 (새로운 롤이 진짜 원하던게 아닌 이상), 일단 기다리면서 계속 기회를 탐색했고, 지금의 회사에도 입사를 할 수 있었다. 

 

나도 이제서야 돌아보면서 드는 생각이지만, 두번의 이직을 거치면서 항상 다짐하는 건 조급하고 초조한 마음을 내려놓아야 제대로된 선택을 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만족스러운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지금 한 순간을 피하고자, 마음에도 없는 선택, 혹은 눈에 보이는 것들로만 판단하여 (i.e. 연봉) 선택을 내린다면 그 이후가 더 힘들다는걸 몸소 체험했다. 결국 취업과 이직 모두 인내심이 필수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내 역량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감사하게도 다양한 회사의 면접을 보면서 업계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체험을 할 수 있었고, 첫 직장의 우물에서 나올 수 있는 조금은 용감한 개구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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